빵은 더 이상 도시만의 먹거리가 아닙니다. 전국 각지에서 그 지역 특산물을 활용해 만든 ‘로컬 베이커리’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역 농산물이나 수산물, 전통 식재료를 활용한 빵은 그 자체로 지역을 소개하는 콘텐츠가 되며, 지역관광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이번 글에서는 전국에서 실제 운영 중인 특산물 베이커리 사례로 ▲전남 순천의 양파빵, ▲전북 군산의 이성당 팥빵, ▲경남 통영의 멸치포카치아를 소개합니다. 각 지역의 맛과 정성을 그대로 담아낸 이 빵집들은 단순한 제과점을 넘어서, 지역 브랜딩의 얼굴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순천의 자존심, 달콤짭짤한 양파빵 – 풍미제과
전라남도 순천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양파 생산지입니다. 특히 해풍과 비옥한 평야에서 자란 순천 양파는 맛이 진하고 저장성이 높아 전국적으로도 품질을 인정받고 있죠. 이 특산물을 활용해 탄생한 베이커리가 바로 ‘풍미제과’입니다. 풍미제과는 순천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동네 빵집으로, 최근 지역 특산물 살리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양파를 활용한 다양한 빵을 선보였습니다. 그 대표 상품이 바로 ‘순천 양파빵’입니다. 이 양파빵은 양파를 캐러멜라이징한 후 반죽 속에 섞어 넣고, 토핑으로도 구운 양파칩을 얹어 구워냅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며, 양파의 달콤한 풍미가 살아 있어 처음 먹는 사람도 단번에 반하게 됩니다. 순천시는 이 빵을 지역 대표 상품으로 키우기 위해 ‘순천양파축제’와 연계한 팝업 행사, 양파빵 레시피 경연대회 등을 진행하며 홍보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풍미제과 역시 다양한 양파 기반 제품군을 개발 중이며, 양파스콘, 양파치즈바게트, 양파쿠키 등으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순천 양파빵은 단순한 빵을 넘어, 지역 농산물 소비 확대, 지역 브랜드 강화라는 측면에서 의미 있는 성공 사례로 손꼽힙니다. 현재는 전국 택배로도 구매 가능하며, ‘순천 여행 시 꼭 먹어야 할 먹거리’로 블로그와 SNS에서도 빠지지 않고 언급됩니다.
대한민국 팥빵의 원조, 군산 이성당
전북 군산을 대표하는 빵집이라면 단연코 ‘이성당’입니다. 1945년 문을 연 이성당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제과점 중 하나로, ‘팥빵의 원조’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유명합니다. 이성당의 팥빵은 여느 팥빵과 다릅니다. 직접 삶고 으깬 통팥을 적당히 설탕에 조려 만든 앙금은 부드러우면서도 씹는 맛이 있으며, 단맛보다 고소한 팥 본연의 풍미를 살리는 데 집중했습니다. 빵 반죽 역시 단순한 밀가루가 아닌 국산 밀가루와 우유를 활용해 부드럽고 쫄깃한 질감을 자랑합니다. 이성당은 매일 아침 수천 개의 팥빵을 구워내며, 오픈 전부터 대기 줄이 형성될 만큼 인기가 높습니다. 뿐만 아니라 야채빵, 단팥소보로, 커스터드크림빵 등도 고르게 사랑받고 있으며, 최근에는 호두·밤·녹차 등 지역 농산물과의 콜라보 상품도 선보이고 있습니다. 군산시는 이성당을 지역 대표 관광 코스로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이성당 빵박물관’ 건립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역 농가와의 협력 관계도 강화해, 팥과 밀, 계란 등을 지역에서 직접 공급받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성당의 성공은 단순한 맛이 아닌 브랜드 스토리와 지역성과의 결합에서 비롯됐으며, 현재는 서울, 대전 등 주요 도시에도 지점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본점의 인기는 여전히 식을 줄 모르며, 군산을 방문하는 여행자들의 ‘필수 방문지’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통영 바다의 풍미를 담은 포카치아 – 카페 마레
경남 통영은 싱싱한 수산물로 유명한 도시입니다. 이 지역 특산물 중 하나인 멸치를 이용해 유럽식 빵 포카치아로 재해석한 곳이 바로 통영의 ‘카페 마레’입니다. 카페 마레는 바다 전망이 멋진 통영항 근처에 위치한 베이커리 카페로,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는 ‘멸치포카치아’입니다. 멸치를 바삭하게 튀겨 올리브오일과 함께 토핑으로 얹어 구운 이 빵은 바삭함과 감칠맛이 어우러져 한 끼 식사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포카치아 반죽에는 통영산 멸치액젓과 천연 효모를 사용해 발효시키며, 은은한 바다향이 살아있습니다. 일반적인 빵보다 짭조름하고 고소한 맛 덕분에 커피보다는 와인이나 맥주와 곁들이는 손님도 많습니다. 카페 마레는 지역 어민들과의 협력을 통해 멸치 공급을 받고 있으며, 제철 멸치 축제 기간에는 특별 메뉴를 한정 판매하는 등 시즌성을 활용한 마케팅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통영해양관광단지와 연계해 ‘바다 빵길 투어’ 코스를 운영하며, 로컬 콘텐츠로 발전 중입니다. 이처럼 카페 마레는 단순히 특이한 빵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통영의 맛과 풍경, 그리고 삶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로컬 플랫폼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SNS 상에서는 “빵 하나에 바다를 담았다”는 리뷰가 인상적일 만큼, 특별한 맛의 체험을 제공합니다.
한 조각의 빵 속에 담긴 지역의 가치
순천의 양파빵, 군산의 팥빵, 통영의 멸치포카치아. 이 빵들은 단지 입으로만 즐기는 음식이 아닙니다. 각각의 빵 속에는 지역의 기후와 토양, 농민과 어민의 손길, 그리고 빵을 굽는 사람의 이야기가 함께 녹아 있습니다. 최근 지역 베이커리들은 단순히 빵을 파는 공간이 아니라, ‘로컬 콘텐츠 발신지’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맛있는 빵 한 조각이 지역을 대표하는 아이콘이 되고, 그 빵집이 지역경제를 살리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죠. 앞으로 더 많은 지역에서, 지역 특산물을 창의적으로 활용한 베이커리가 등장하길 기대하며, 지나치기 쉬운 골목 빵집 하나에도 지역의 스토리가 담겨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한 번쯤 떠올려보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