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안과 지리산의 중간지대에 위치한 전라남도 장흥은 맑은 물과 푸른 숲, 그리고 풍부한 해산물이 어우러진 고장입니다. ‘청정 장흥’이라는 수식어가 전혀 아깝지 않을 만큼 음식과 자연이 모두 조화롭고 정갈한 곳입니다. 이번 여정은 장흥의 명물인 표고버섯전골과 키조개 삼합을 맛보고, 탐진강을 따라 조성된 편백숲과 정남진 토요시장을 걸으며 장흥만의 여유롭고 진한 정취를 체험하는 하루입니다.
표고버섯전골 – 깊은 향과 식감이 살아있는 건강한 맛
장흥은 예로부터 고품질 표고버섯 산지로 유명합니다. 고흥, 보성과 함께 남도 3대 버섯 주산지 중 하나이며, 표고버섯은 이 지역의 습윤한 기후와 깨끗한 수질 덕분에 두껍고 향이 진하며 육질이 탱탱한 것이 특징입니다.
표고버섯전골은 신선한 생표고버섯과 소고기, 두부, 애호박, 양파 등을 진하게 우려낸 육수에 함께 넣고 끓이는 음식입니다. 표고 특유의 풍미가 국물에 녹아들어 깊고 묵직한 맛을 냅니다.
보통은 소불고기 양념으로 간을 하거나, 멸치육수에 간장 베이스를 더해 감칠맛을 극대화하며, 식사 시 찬밥을 넣어 죽처럼 마무리해도 별미입니다. 버섯을 싫어하던 사람조차 반하게 만드는 음식이라는 평도 많습니다.
장흥읍 내에는 ‘표고전골 전문점’, ‘장흥버섯마을’, ‘버섯명가’ 등의 식당이 있으며, 주말에는 관광버스가 줄지어 도착할 정도로 인기가 높습니다. 지역 특산물 코너에선 생표고, 말린 표고도 구매할 수 있어 집에서도 장흥의 향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키조개 삼합 – 바다와 육지의 궁합이 만든 별미
장흥은 남해안 바다와 가까워 키조개, 낙지, 전복, 광어 등 다양한 해산물이 풍부한 지역입니다. 그중에서도 ‘장흥 키조개 삼합’은 키조개 관자 + 돼지고기 + 묵은 김치의 조합으로 육해공의 풍미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별미입니다.
키조개의 단단하고 쫄깃한 식감은 고기와 묵은지의 기름진 풍미와 만나면 입 안 가득 퍼지는 환상적인 궁합을 만들어냅니다. 여기에 장흥에서 직접 담근 청양 고추장아찌나 갓김치를 곁들이면, 매콤함이 맛을 더해줍니다.
대부분의 식당에선 키조개를 숯불 위에 직화로 굽거나 버터구이로 낸 후 함께 싸 먹는 방식으로 제공되며, 한상차림에 돌솥밥, 된장찌개, 버섯볶음 등이 곁들여져 하루 여행의 피로를 풀어주는 든든한 식사로 제격입니다.
장흥항이나 탐진강변 식당들, 또는 토요시장 내 식당가에서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특히 토요일엔 생키조개와 고기, 김치 세트를 판매해 직접 삼합을 만들어 먹는 체험도 가능합니다.
편백숲과 정남진시장 – 걷는 것만으로 힐링이 되는 공간
장흥의 명소 중 하나는 탐진강 생태공원과 편백숲입니다. 탐진강은 장흥읍 중심을 가로지르는 강으로, 양옆으로 정비된 산책로와 편백나무숲이 펼쳐져 있어 마치 도시 속 숲에 들어선 듯한 기분을 줍니다.
편백나무 특유의 은은한 향과 정전기 제거 효과로 걷기만 해도 피로가 풀린다는 후기가 많으며, 봄에는 벚꽃길, 여름에는 초록 숲길, 가을에는 억새길로 변신합니다. 강물 소리와 함께 걷는 자연 속 산책은 그 자체로 깊은 힐링입니다.
이어서 들를 만한 곳은 정남진 토요시장입니다. 이곳은 매주 토요일마다 열리는 전통시장으로, 현지인과 여행자 모두가 어우러지는 문화 마켓입니다.
시장 안에서는 키조개, 표고버섯, 수제청, 된장, 고추장 등 로컬푸드를 저렴한 가격에 직접 구매할 수 있으며, 푸드트럭과 즉석 조리 코너에선 바로 만든 해산물 튀김, 떡갈비, 장흥식 김밥 등을 즐길 수 있습니다.
무대 공연이나 전통놀이 체험도 함께 운영되어 가족 단위 여행자에게도 추천할 만한 명소입니다.
장흥의 하루, 자연의 맛과 향을 걷다
표고의 깊은 향이 담긴 전골, 키조개와 묵은지의 묵직한 조합, 편백숲에서 마시는 맑은 공기, 시장 안에 흐르는 정겨운 소리. 장흥은 천천히 걸을수록 더 깊이 느껴지는 여행지입니다. 맛과 풍경, 사람과 공기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이 공간에서 하루쯤은 숨을 고르고, 마음을 풀어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