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인제는 설악산과 소양강, 백담사로 대표되는 청정 자연의 고장입니다. 겨울철 눈과 얼음으로 숙성된 황태와, 고랭지에서 자란 곤드레, 깊은 산사에서의 명상 시간까지. 인제는 빠르게 돌아보는 여행보다, 하루를 느리게 음미할 수 있는 코스로 제격입니다.
이번 여정은 인제 황태구이와 곤드레밥을 맛보고, 백담사 산책과 소양강 둘레길 걷기로 채워지는 하루입니다. 음식, 자연, 사색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코스를 소개합니다.
황태구이 – 인제 용대리의 겨울 선물
인제군 북면 용대리는 국내 대표 황태 산지입니다. 이곳은 해발 약 700m의 고지대에 위치해 겨울철 찬 바람과 큰 일교차로 황태를 가장 부드럽고 고소하게 건조할 수 있는 자연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황태는 대구를 겨울 동안 얼리고 녹이는 과정을 수차례 반복하며 만들며, 단백질 함량이 높고 지방은 적어 건강식으로 손꼽힙니다.
현지에서는 고추장 양념을 발라 구운 황태구이가 대표 메뉴입니다. 부드러운 속살과 바삭한 가장자리가 어우러지며, 양념은 달지 않고 감칠맛이 강하며, 맵지 않아 남녀노소 모두 즐기기 좋습니다.
용대리 ‘황태회관’, ‘진부령황태’, ‘설악황태마을’ 등에서는 황태구이 정식, 황태해장국, 황태전골까지 다양하게 즐길 수 있으며, 황태채, 황태포 등 포장 제품도 구매 가능합니다.
👉 인제군청 관광 안내에서 황태마을 위치 및 체험 정보를 확인해보세요.
곤드레밥 – 고랭지 향과 들기름의 담백한 만남
곤드레는 강원도 고랭지에서 자라는 대표적인 산나물입니다. 인제에서도 봄철부터 여름 초입까지 직접 채취한 곤드레를 말리고 불려 정성스럽게 조리합니다.
곤드레밥은 돌솥에 갓 지은 밥 위에 들기름에 살짝 볶은 곤드레를 얹고, 양념간장과 함께 비벼 먹는 심플한 요리입니다.
그 맛은 담백하면서도 향긋하며, 속을 편안하게 채워주는 느낌입니다. 특히 기름지지 않고 자극이 없어서 채식 위주의 여행자에게도 적합한 한끼입니다.
인제읍이나 북면 일대에 위치한 ‘곤드레밥집 인제본가’, ‘산마루식당’, ‘설피밭가든’ 등에서 곤드레밥 정식과 황태탕, 더덕구이 등을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곤드레는 일반 밥상보다 특별한 의미를 담는 자연에서 얻은 식탁의 향기입니다.
백담사 – 설악산 속, 마음을 쉬게 하는 절
설악산 자락 깊숙이 자리 잡은 백담사는 인제를 대표하는 명상 사찰입니다. 이곳은 고즈넉한 계곡 길을 따라 셔틀버스를 타고 들어가야 하며, 자연과 동떨어진 조용한 분위기를 갖추고 있습니다.
백담사는 조계종 제3교구 본사이며, 만해 한용운, 탄허스님 등이 수도한 장소로도 유명합니다. 가을 단풍, 겨울 설경이 아름답고, 템플스테이 프로그램도 꾸준히 운영됩니다.
사찰 내부에는 대웅전, 명부전, 설선당 등의 전각이 있으며, 전체적으로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산사 특유의 정갈한 매력이 있습니다.
산길을 걷는 동안 돌탑, 기도터, 작은 다리들을 지나며 자연과 종교, 마음의 중심을 모두 만나볼 수 있는 시간이 됩니다.
🚍 백담사 입구(백담탐방지원센터) → 셔틀버스 이용 필수 운행시간: 07:00~18:00 / 왕복 약 6,000원
소양강 둘레길 – 강변을 따라 걷는 평화로운 여정
백담사 방문을 마친 후에는 소양강 상류에 조성된 인제 소양강 둘레길을 걸어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이 길은 인제읍을 중심으로 강과 마을을 연결하는 도보 코스입니다.
전체 12km가 넘는 구간이 조성되어 있으며, 자전거도로와 목재데크, 쉼터, 수생식물 관찰지 등이 있습니다.
물소리와 새소리, 그리고 강 바람이 함께 어우러진 길은 그 자체로 마음을 정화하는 명상 코스가 됩니다.
‘인제 슬로우로드’로도 불리며, 사계절 모두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해 사진작가, 여행 유튜버들도 자주 찾는 곳입니다.
인제의 하루, 자연과 밥상이 어우러진 따뜻한 여행
황태의 깊은 풍미, 곤드레의 순한 향, 백담사의 고요, 소양강의 바람. 이 모든 것들은 인제라는 조용한 도시 안에 녹아 있습니다.
빠른 관광보다, 느리고 진하게 하루를 보내고 싶은 이들에게 인제는 잊지 못할 하루를 선물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