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지역의 특산물과 소품, 디자인 콘텐츠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로컬 라이프스타일 편집숍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단순한 지역 홍보관이나 특산물 판매소가 아니라, 누구나 머물고 싶고, 보고 느끼고 사고 싶은 공간으로서 지역을 담는 방식이 더욱 감각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죠. 이번 글에서는 지금 운영 중인 실존 공간 중 지역 농산물 또는 수공예품을 매개로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를 함께 제안하고 있는 로컬 편집숍 3곳을 소개합니다.
제주 무릉외갓집 – 귤, 콩, 그리고 제주살이의 온기를 전하다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무릉리에 위치한 ‘무릉외갓집’은 폐교된 분교를 리모델링해 만든 복합 로컬문화 공간입니다. 이곳의 가장 큰 매력은 제주 농산물 기반 제품을 중심으로 한 감성 편집숍이 있다는 점입니다. 이곳에서는 ▲제주 유기농 감귤로 만든 껍질차 ▲서귀포 콩으로 만든 간장 ▲초당옥수수 수제잼 등 지역 농산물에 이야기를 더한 가공품을 감각적인 패키지로 전시·판매합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제주살이 키트’입니다. 무릉리 할머니의 요리법을 바탕으로 구성한 전통 장류·한라산 소금·귤청·말린 나물 세트로, 지역의 살림을 그대로 담아냅니다. 무릉외갓집 내부는 ▲로컬 작가의 도예 소품 전시 ▲제주 고재 가구 ▲동네 그림책 코너 등 지역성과 감성을 함께 보여주는 큐레이션으로 구성되어 있고, 정기적으로 마을살이 체험 프로그램, 요리 클래스도 함께 운영됩니다. 이곳은 단순한 가게가 아닌 ‘로컬에 머물게 만드는 공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방문객의 재방문율과 만족도도 매우 높은 곳으로 꼽힙니다.
전주 히읗상점 – 전북의 손맛과 손길이 모이는 디자인 편집숍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풍남문 인근에 위치한 ‘히읗상점’은 전북 지역의 로컬 공예, 식품, 수제 굿즈를 함께 판매하는 도심형 로컬 편집숍입니다. 히읗상점은 전북 각지의 청년 소상공인과 장인들이 만든 소량 생산 로컬 제품만을 취급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정읍에서 만든 수제 도자기 잔 ▲남원에서 길러낸 곶감으로 만든 잼 ▲부안 갯벌 소금으로 만든 비누 ▲고창 복분자 수제 젤리 등 전북의 자연과 손맛이 깃든 제품들이 디자인 감각이 뛰어난 진열 방식으로 소개됩니다. 이곳은 단순한 판매 공간이 아니라 제품 옆에 생산자 소개, 제작 스토리, 사용법이 함께 적혀 있어 ‘누가 만들었는지, 왜 만들었는지’를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됩니다. 특히, 전주공예품전시관과 연계된 워크숍 공간도 함께 운영되어 관광객 대상의 체험 클래스도 주말마다 진행됩니다. 최근에는 전주 로컬 카페들과 연계한 히읗상점 특별 디저트 박스도 출시돼 온라인 주문도 가능해졌으며, ‘로컬 편집숍의 온·오프라인 모델’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강릉 안녕협동조합 – 커피향 사이로 전해지는 동네의 손맛
강릉 구정면의 작은 골목에 위치한 ‘안녕협동조합’은 로컬 식재료와 공예품을 기반으로 하는 작은 마을 편집매장이자 지역 커뮤니티 플랫폼입니다. 이곳에서는 ▲강릉 찰보리로 만든 수제 과자 ▲강릉 커피 원두를 활용한 디저트 ▲동해 바닷가에서 채취한 해초 가공품 ▲지역 농부들이 직접 만든 건나물 세트 등 강릉·동해·삼척의 로컬 식재료를 활용한 제품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특히 지역 주민들이 직접 참여한 로컬 테이스팅 위원회를 통해 제품 구성과 패키징 방향을 정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며, 실제 소비자와의 연결을 가장 진정성 있게 보여주는 사례로 꼽힙니다. 이 협동조합은 청년 로컬기획자와 중장년 농부들이 함께 운영하며, 공간 내부는 판매와 체험, 전시가 결합된 구조로 ▲커피 교육 프로그램 ▲농부 초청 이야기 모임 ▲제철 레시피 북 전시 등도 수시로 열립니다. 안녕협동조합은 ‘지역 농산물은 로컬 마켓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지역 식재료가 도시 라이프스타일로 스며드는 방식을 꾸준히 실험하고 있습니다.
지역을 사고, 삶에 들이는 방법
무릉외갓집, 히읗상점, 안녕협동조합. 이 세 곳은 모두 로컬 특산물을 중심에 두되, 단순한 판매보다 삶의 방식으로서의 지역 콘텐츠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로컬이란 그저 시골이나 자연을 뜻하는 단어가 아닙니다. 그 안에는 사람의 손, 계절의 변화, 지역의 리듬이 녹아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지역을 경험하는 방식으로 ‘맛본다’, ‘머문다’를 넘어서 ‘삶에 들인다’는 표현을 써도 좋을 만큼 다양한 로컬 콘텐츠와 공간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런 공간을 통해, 조금 더 풍요롭고 따뜻한 취향을 일상에 채워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