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의 농업이 단순한 생산이나 체험을 넘어서, 교육 콘텐츠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특히 생태 감수성, 기후위기 인식, 지속가능성에 대한 교육 수요가 높아지면서, 도시농업은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을 위한 교육 모델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교육은 단지 식물을 기르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삶 속에서 자연과 인간, 먹거리와 환경의 연결고리를 체험하게 하는 총체적 프로그램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서울도시양봉학교, 씨앗학교, 텃밭수업랩이라는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도시농업이 교육 콘텐츠로 어떻게 설계되고 운영되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서울도시양봉학교 – 벌과 도시의 공존을 배우는 생태 교육 현장
‘서울도시양봉학교’는 서울시 도시양봉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양봉 교육 프로그램으로, 서울 도심 속 옥상, 공원, 문화공간 등을 활용해 꿀벌과 인간, 도시 생태계의 관계를 탐구하는 독창적인 커리큘럼을 제공합니다. 프로그램은 성인 대상 입문 강좌부터 초등학생 대상 체험 교육, 시민참여형 워크숍, 교사 연수까지 다양한 층을 대상으로 운영됩니다. 특히 ‘도시양봉 입문자 과정’은 3개월 간 벌통 설치부터 꿀 수확, 밀랍 활용, 생태 이해까지 전 과정을 배우는 실습 중심의 교육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참가자는 실제 꿀벌을 관찰하고, 도시의 생물 다양성을 이해하며, 도시농업이 단순한 식물 재배를 넘는 생태적 실천이라는 점을 체감합니다. 수업은 이론뿐 아니라 실습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벌통 안을 보는 법’, ‘여왕벌 찾기’, ‘자연밀초 만들기’ 등은 참가자들에게 생소하지만 깊은 인상을 남기는 활동입니다. 서울도시양봉학교는 단순한 양봉 기술 교육이 아니라, 생물 다양성과 기후위기 인식을 자연스럽게 녹여낸 생태 교육입니다. 특히 도시의 공공기관, 문화재단, 초등학교 등과 협력하여 공간을 공유하고 있으며, 일부 건물 옥상에는 ‘시민 양봉장’이 상설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양봉학교를 수료한 참가자들은 이후 마을 양봉장 자원봉사자, 꿀벌 교육 퍼실리테이터 등으로 활동을 이어가며, 도시와 생태의 연결고리를 지역사회에서 실천하고 있습니다. 서울도시양봉학교는 도시 생태교육의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낸 대표적 사례입니다.
씨앗학교 – 종자로 배우는 생명, 역사, 지속가능성
‘씨앗학교’는 서울·경기권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시민단체 및 지역 농업인들이 함께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토종 씨앗을 중심으로 한 생태 감수성 교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프로그램은 ‘씨앗은 생명이다’라는 철학 아래, 어린이 대상 워크숍부터 성인 인문학 과정, 학교 연계 텃밭 수업까지 다양한 형태로 진행됩니다. 특히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는 ‘씨앗의 여행’, ‘나만의 씨앗 일기’, ‘텃밭 옆 철학 수업’ 등 주제를 중심으로 통합형 교육 콘텐츠가 구성됩니다. 수업은 이론과 체험이 균형 있게 구성되어 있으며, 씨앗의 종류와 형태를 관찰하고, 손으로 심고, 발아 과정을 기록하며, 작물이 자라는 생태를 학습합니다. 더불어 씨앗이 지역성과 연결되는 방식, 재래종과 유전자 다양성의 차이, 토종 종자의 사회적 가치 등에 대해 인문학적 접근을 병행합니다. 씨앗학교의 강점은 ‘교육 도구화된 씨앗’에 있습니다. 교육에 활용되는 씨앗 키트에는 씨앗뿐 아니라, 씨앗 정보 카드, 작물 그림 엽서, 재배 기록 노트, 부모 안내서 등이 함께 포함되어 있어 교사와 학부모 모두 쉽게 수업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계절별로 지역 작물 씨앗을 주제로 한 전시, 씨앗 영화 상영회, 종자 나눔장도 열리며, 이는 아이들이 교실 밖에서도 씨앗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씨앗학교는 농업을 지식이 아닌 감각과 기억으로 배우게 하며, 도시에서 생명을 관찰하고 돌보는 힘을 기르는 데 집중한 교육 모델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텃밭수업랩 – 도시 학교에서 실현되는 텃밭 기반 통합교육
‘텃밭수업랩’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는 교사 중심 교육 연구모임이자 실천 그룹으로, 텃밭을 기반으로 다양한 교과목을 통합한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 현장에서 실험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도시 학교에 조성된 작은 텃밭이나 화분, 옥상 정원 등을 수업의 장으로 전환해, 식물의 성장 과정을 매개로 수학, 과학, 미술, 국어, 도덕 등 다양한 과목을 통합적으로 연결합니다. 대표적인 수업은 ‘감자 수학 수업’, ‘상추 생애 그래프 그리기’, ‘고구마 수확 일기 쓰기’, ‘토양 구조 단면 만들기’ 등이 있으며,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개념을 단순히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체험하고 기록하고 발표하면서 학습 동기와 이해도를 높입니다. 텃밭수업랩은 서울시 교육청 도시농업지원센터, 학교 텃밭 교육 전문 강사, 청년 농업인 등과 협업하여 교사 연수, 텃밭수업 커리큘럼 제작, 수업 영상 콘텐츠 제작 등도 함께 운영하며, 교사들이 보다 수월하게 텃밭 수업을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특히 2022년부터는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맞춘 ‘씨앗부터 수확까지’ 12주형 수업 모델이 개발되어 학교 텃밭 수업의 표준 모델로 확산 중입니다. 수업 자료는 디지털 템플릿으로도 제공되어 교사 간 공유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텃밭수업랩은 농업 콘텐츠를 교육의 본질로 녹여낸 실천적 모델로, 교실 안팎에서 생태 감수성과 문제 해결 능력을 함께 키우는 교육 패러다임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농업, 도시 교육의 살아 있는 교과서가 되다
서울도시양봉학교, 씨앗학교, 텃밭수업랩. 이 세 사례는 도시라는 환경 안에서 농업을 살아 있는 교육 콘텐츠로 전환시킨 대표적 모델입니다. 각각 생물다양성, 지속가능성, 통합교육이라는 관점에서 농업을 해석하고 있으며, 학생과 시민, 교사와 지역이 함께 참여하는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도시농업 기반 교육 콘텐츠는 단순한 체험을 넘어, 감각과 관계, 환경 인식을 통합한 살아 있는 배움의 장입니다. 특히 ▲생태 중심 교육의 필요성 증가 ▲기후위기 대응 교육 ▲참여형 학습 모델의 확대와 맞물려 앞으로 더 큰 의미와 역할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농업은 이제 학교 밖에만 머무르지 않습니다. 교실 안으로 들어오고, 교육과정 속에 녹아들며, 도시의 삶을 생명 중심으로 바꾸는 교과서가 되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