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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공간을 활용한 리빙 브랜드 사례 (곡창리램프, 들꽃식기, 볕드는방향카렌다)

by 굿파더1 2025. 6. 11.

꽃무늬가 그려진 도자기

 

최근 몇 년 사이 ‘농촌’은 그 의미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식량을 생산하는 1차 산업의 공간으로만 여겨지던 농촌이 이제는 감성적 공간, 창작의 무대, 그리고 브랜드가 시작되는 장소로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특히 리빙 브랜드 산업에서는 도시에서는 얻기 어려운 자연의 질감과 계절의 흐름, 손으로 만지는 소박한 미감이 중요한 디자인 요소가 되고 있으며, 이러한 요소들을 농촌에서 적극적으로 끌어와 새로운 제품과 콘텐츠로 구현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곡창리램프, 들꽃식기, 볕드는방향카렌다라는 세 가지 사례를 중심으로, 농촌 공간이 단순한 배경을 넘어서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핵심으로 작동하는 방식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 브랜드들은 각각 조명, 도자기, 인쇄물이라는 서로 다른 카테고리 속에서 농촌을 어떻게 읽어내고, 소비자의 삶에 어떤 방식으로 스며들게 하고 있는지 살펴봅니다.

곡창리램프 – 농가 헛간에서 태어난 조명의 철학

‘곡창리램프’는 전북 완주군 곡창리라는 실제 마을의 폐곡간을 리모델링하여 시작된 소규모 조명 브랜드입니다. 이 브랜드의 창립자는 도시에서 인테리어 조명 디자인을 전공한 후 귀향하여, 오래된 농기구와 낡은 목재, 그리고 이른 아침 볕이 들어오는 각도를 관찰하며 제품의 영감을 얻었습니다. 조명의 디자인은 기능성보다는 감성에 방점을 둡니다. 조도의 세기보다는 빛이 닿는 면적, 그림자의 농도, 따뜻한 색온도 등이 주요 기준이 되며, 스탠드 조명, 벽걸이 조명, 테이블 램프 등 모든 제품은 수작업으로 제작됩니다. 특히 목재 프레임은 실제 벼 건조장, 창고, 닭장에서 떼어낸 폐자재를 수집하여 가공한 것으로, 제품마다 서로 다른 나뭇결과 채도, 질감이 살아 있습니다. 필라멘트 전구는 석양빛을 반영한 2300K 이하의 저온색으로 선택되며, 기성품과 달리 전선 역시 노출 방식으로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일부 모델은 농촌의 계절과 연결된 한정판으로 제작되며, 예를 들어 ‘4월의 산빛 조명’은 유채꽃이 피는 완주의 봄 오후를 모티브로 한 색상과 질감을 갖습니다. 소비자들은 단순히 조명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농촌의 어느 시간대의 빛’을 자신의 방 안에 들여놓는 감각적 경험을 하게 됩니다. 실제로 제품에 동봉된 작은 책자에는 해당 조명이 제작된 날의 일기와 조명이 놓였던 헛간의 이야기가 적혀 있어, 하나의 예술 오브제로 기능하기도 합니다.

들꽃식기 – 논두렁 풀꽃이 담긴 수공예 식기

‘들꽃식기’는 충북 괴산의 한 농가주택 마당에서 자생하는 들풀을 채집하고, 그 형상과 흔적을 도자 식기에 반영하는 브랜드입니다. 공방을 운영하는 창작자는 서울에서 도예를 공부한 뒤, 자연 속에서 작업하기 위해 귀촌했으며, 매일 밭머리와 논둑을 산책하며 들꽃을 관찰하고 채집하는 것을 작업의 일부로 삼고 있습니다. 제품은 모두 무형틀 수작업으로 제작되며, 특히 표면 질감은 ‘자연이 만든 곡선’을 따라가는 데 집중됩니다. 쑥부쟁이, 달맞이꽃, 민들레, 쇠뜨기 등의 식물은 각각 그 자체의 형태를 반영한 컵, 접시, 찻잔, 스푼 등으로 태어납니다. 식기의 유약 색상도 지역의 황토와 재를 활용해 제작되며, 흔히 보이는 백색 도자기와는 전혀 다른, 투박하면서도 따뜻한 색감을 가집니다. 브랜드는 식기 하나하나에 ‘채집 노트’를 함께 동봉합니다. 해당 식기가 어떤 식물에서 영감을 받았는지, 그 식물이 피어난 계절은 언제인지, 촉감과 결은 어떤지를 짧은 문장으로 서술하며, 소비자가 식사를 하며 자연의 이야기를 느끼게 합니다. 일부 제품은 전시형 예술작품으로도 제작되며, 특히 지역 로컬카페나 농가 레스토랑에서 들꽃식기를 사용하는 경우, 브랜드의 철학과 실제 식생활이 결합되는 지점으로 소비자의 몰입도가 매우 높아집니다. 들꽃식기는 단순한 수공예 도자기를 넘어, 농촌의 사계절과 미감을 집 안으로 옮겨놓는 새로운 방식의 감각적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볕드는방향카렌다 – 농가 창으로 들어온 시간의 시

‘볕드는방향카렌다’는 강원도 영월의 한 산골 마을에서 활동 중인 사진작가이자 농부가 제작하는 감성 인쇄 콘텐츠입니다. 이 브랜드는 ‘시간을 기억하는 방식’으로 햇살의 방향을 택했습니다. 매달 같은 시각, 같은 창문을 기준으로 들어오는 볕의 방향과 분위기를 기록하고, 그 사진으로 달력을 제작합니다. 달력의 각 페이지는 해당 월의 이미지 한 장과 함께 손글씨 한 문장, 그리고 창의 방향과 위치 정보가 함께 표기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3월의 장면은 해빙기 논 위로 퍼지는 흐릿한 햇살이고, 8월은 장마 이후의 햇빛이 비닐하우스 지붕을 통과하며 번지는 장면입니다. 이 콘텐츠는 단순한 달력 기능을 넘어서, 시간과 공간을 감성적으로 구성한 아카이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각 달력은 리사이클 용지와 콩기름 잉크로 인쇄되며, 포장재 없이 손글씨 안내지 한 장으로 대체하는 등 친환경성과 감성을 동시에 추구합니다. 특히 해당 카렌다는 지역 농산물과 세트로 구성되어 판매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9월의 카렌다는 말린 감잎차와 함께, 1월의 카렌다는 고구마 말랭이와 함께 구성되어 소비자는 한 달의 시간과 계절의 먹거리를 함께 경험하게 됩니다. 소비자 후기에 따르면 이 달력은 단순히 날짜를 넘기는 도구가 아니라, ‘하루를 기다리는 방식 자체가 달라졌다’는 표현이 많습니다. 볕드는방향카렌다는 농촌이라는 공간의 사계절을 감각적 도구로 구성하고, 이를 일상에 스며들게 한 콘텐츠형 리빙 브랜드로서 차별화된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농촌에서 시작되는 감각적 브랜드의 가능성

곡창리램프, 들꽃식기, 볕드는방향카렌다는 각기 다른 리빙 분야에서 농촌 공간을 해석하고, 이를 정제된 감각으로 구현해낸 브랜드들입니다. 이들은 단순히 농촌이라는 배경을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 머무는 시간, 빛, 생물, 계절의 변화를 섬세하게 포착하여 제품과 콘텐츠에 녹여냅니다. 이러한 브랜드는 기능 중심 제품을 넘어, 소비자에게 감정적 만족과 공간적 환기를 동시에 제공하며, ‘소비를 통한 치유’와 ‘일상에서의 감성 회복’을 동시에 만족시킵니다. 앞으로 농촌 기반 리빙 브랜드는 ▲지역 리소스를 중심으로 한 협업 디자인 확대 ▲체험형 콘텐츠와 연결된 마케팅 전략 ▲정기 구독 및 계절 큐레이션 서비스 등을 통해 지속 가능한 모델로 발전할 것입니다. 농촌은 더 이상 단순한 생산의 공간이 아니라, 감각적 콘텐츠와 창의적 브랜드가 시작되는 무대가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