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더 이상 농업의 반대말이 아닙니다. 도시 안에서도 씨앗을 뿌리고,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만나는 농업 축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단순한 판매 중심의 로컬 마켓을 넘어서, 체험·교육·문화 콘텐츠가 결합된 복합적인 도시형 농업 축제들이 시민들과 직접 연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축제들은 도심 한가운데에서 계절의 흐름을 체감하고, 땅의 이야기를 나누며, 먹거리의 생태와 사회적 가치를 배우는 플랫폼으로 기능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실제 운영 중인 도시 농업 관련 축제 사례로 서울도시농업박람회, 마르쉐@, 파머스마켓@DDP를 중심으로, 도시에서 농업이 어떤 방식으로 축제화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서울도시농업박람회 – 행정과 시민이 함께 만드는 도시농업의 총집합
‘서울도시농업박람회’는 서울시가 주최하는 가장 대표적인 도시농업 행사로, 2012년부터 매년 봄 개최되고 있으며 도시농업 관련 정책, 기술, 체험, 전시, 교육 프로그램이 총망라된 종합 박람회입니다. 행사는 매년 서울 내 주요 공원 또는 광장에서 열리며, 여의도공원, 월드컵공원, 서울광장 등 시민의 접근성이 높은 장소에서 진행됩니다. 수직정원, 옥상 텃밭, 스마트팜, 재생농업 등 최신 도시농업 트렌드를 반영한 전시와 함께, 어린이 농사 체험, 토종씨앗 교환, 식물 공예, 도시양봉, 버섯 재배 등 다양한 체험 부스가 운영됩니다. 특히 ‘시민농부학교’와 연계된 교육 콘텐츠가 강점입니다. 초등학생부터 시니어까지 도시농업을 배우고 실습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상시 운영되며, 참가자들은 직접 기른 작물을 현장에서 발표하거나 시연하기도 합니다. 행사의 또 다른 특징은 지역의 청년 농부, 사회적 농장, 도시농업 기업 등이 함께 참여해 정보를 교류하고, 소규모 직거래 장터를 통해 소비자와 직접 만난다는 점입니다. 시민들은 먹거리와 농법에 대해 직접 질문하고, 생산자의 철학과 작업 과정을 이해하며 ‘농업과 삶이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체득하게 됩니다. 서울도시농업박람회는 도시 행정이 주도하면서도 민간의 창의성과 협력이 어우러진 행사로, 도시에서 농업을 이야기하고 실천하는 장기적 모델을 제시하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마르쉐@ – 농부, 요리사, 수공예 작가가 함께 만드는 도심 속 장터
‘마르쉐@’는 2012년부터 서울에서 시작된 도심 속 농부시장으로, 매달 특정 장소에서 열리며 도시에 사는 사람들과 농부, 요리사, 수공예 작가가 직접 만나 교류하는 오픈 마켓입니다. ‘누가 어떻게 키운 먹거리인지 아는 장터’를 슬로건으로 삼고 있는 마르쉐@는 단순한 시장이 아니라 농업과 도시문화를 연결하는 독립적인 플랫폼입니다. 행사 장소는 혜화 마로니에공원, 성수 연무장, 양재 시민의숲 등 서울의 상징적 장소에서 순회 개최되며, 매회 테마와 구성원이 달라집니다. 마르쉐@의 가장 큰 특징은 ‘생산자 중심’이라는 점입니다. 모든 판매자는 자신이 직접 기른 작물, 손수 만든 가공품, 수제로 빚은 음식을 가져오며, 소비자에게 생산 과정을 직접 설명합니다. 판매자는 가격표와 함께 자신만의 이야기를 적은 손글씨 안내판을 두고, 제품 뒤엔 농장의 철학과 작업 방식이 적힌 작은 브로슈어가 함께 놓입니다. 또한 마르쉐@에서는 토종씨앗 나눔, 음식 만들기 체험, 농가 토크, 라이브 공연 등 문화 콘텐츠가 복합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계절의 변화에 따라 봄에는 나물 중심, 가을에는 뿌리채소 중심으로 행사 테마가 달라집니다. 마르쉐@는 농업을 단지 생계수단이나 산업으로 보지 않고, 도시 생활자의 감각 속에 스며드는 문화로 재구성하는 데 성공했으며, ‘농부가 주인공이 되는 도시 마켓’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정착시켰습니다.
파머스마켓@DDP – 디자인과 농업의 만남, 브랜딩된 도시형 로컬 마켓
‘파머스마켓@DDP’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는 프리미엄 로컬푸드 장터로, 서울시와 서울디자인재단이 협력하여 2019년부터 개최하고 있는 도시형 로컬 마켓입니다. 이 행사는 단순한 로컬푸드 판매가 아니라 디자인과 콘텐츠를 결합해, 농산물을 감각적인 문화 상품으로 재구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농부들은 통일된 테이블 디스플레이와 포장 규격, 스토리 카드 등을 활용해 상품을 소개하며, 일부 부스는 요리 시연, 토크 콘서트, 채소 기반 아트워크 전시 등과 결합됩니다. ‘도심 속 파머스 라이프스타일’을 주제로 삼은 이 시장에서는 도시 소비자들이 깔끔하게 정리된 상품 정보를 바탕으로, 각 농가의 철학, 재배 방식, 지속가능성에 대한 설명을 듣고 구매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참가 농가는 전국 각지의 청년 농부, 사회적 농장, 친환경 인증 농가 위주로 선발되며, 파머스마켓은 이들에게 유통 외에도 브랜드화, 디자인 교육, 직거래 컨설팅 등을 제공하는 중장기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합니다. 파머스마켓@DDP는 특히 ‘농업의 디자인화’라는 측면에서 주목받습니다. 농산물도 하나의 미적 대상, 브랜딩 가능한 상품이 될 수 있으며, 도심의 공공 공간이 농업과 디자인을 결합한 신개념 마켓 플랫폼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도시 축제, 농업을 감각적으로 다시 만나다
서울도시농업박람회, 마르쉐@, 파머스마켓@DDP. 이 세 가지 축제는 모두 실존하는 도시형 농업 콘텐츠 행사로, 각각의 방식으로 농업을 도시민에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도시에서 농업은 단지 유통의 대상이 아닌, 교육, 문화, 디자인, 커뮤니티 형성의 자원으로 재해석되고 있으며, 이러한 도시형 축제는 시민의 참여를 통해 농업과 일상이 연결되는 감각적 통로가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이러한 축제는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도시와 농촌을 연결하는 정기적인 플랫폼화 ▲청년 농업인의 콘텐츠화 지원 ▲도시재생과 농업 콘텐츠의 결합 등으로 확장되며, 도시 안에서 농업이 지속 가능한 문화로 자리잡는 기반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