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나주는 예로부터 행정과 문화의 중심지로 자리잡아온 도시입니다. 조선시대 나주목이 위치했던 지역이자, 한우와 배로 유명한 전통이 깊은 고장이기도 하죠. 최근에는 도시 재생 사업을 통해 오래된 한옥과 근대 건물들이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며 역사와 현대가 공존하는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번 여정은 나주의 대표 음식인 ‘나주곰탕’과 향토 특산물인 ‘나주배’를 활용한 디저트를 맛보고, 도심 속 고즈넉한 문화 공간 ‘나주목문화관’과 ‘금성관’을 걷는 맛과 이야기가 있는 하루 코스입니다.
나주곰탕 – 깊고 맑은 육수, 정직한 맛의 정수
나주에 왔다면 반드시 먹어야 할 음식이 바로 나주곰탕입니다. 흔히 곰탕이라 하면 진하고 뽀얀 국물을 떠올리기 쉽지만, 나주곰탕은 맑은 육수에 고기 본연의 맛이 살아 있는 형태가 특징입니다.
100% 한우 사골과 양지를 천천히 고아 기름기는 걷어내고 감칠맛만 남긴 맑은 국물에 부드러운 수육과 국수가 함께 담긴 형태로 나옵니다. 양파, 대파, 다진 마늘이 곁들여져 있고 반찬으로는 깍두기와 배추김치가 기본으로 제공됩니다.
대표적인 맛집으로는 ‘하얀집’, ‘노안집’, ‘나주곰탕집’이 있으며 특히 ‘하얀집’은 3대를 이어온 곰탕 명가로, 아침 일찍부터 대기 줄이 생기는 집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고기는 얇게 썰어 부드러우면서도 씹는 맛이 좋고, 국물은 끝맛이 깔끔해 해장용으로도, 든든한 식사로도 제격입니다.
나주곰탕의 진가는 ‘속을 편하게 채우는 힘’에 있습니다. 한 입 먹는 순간 고향집 같은 온기가 퍼지며 도시의 정서가 음식에 얼마나 녹아 있는지를 실감하게 됩니다.
나주배 디저트 – 달콤한 배의 향연, 전통과 현대의 만남
나주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배 산지입니다. 과즙이 풍부하고 당도가 높아 추석이나 설 명절 선물로도 인기지만, 최근에는 나주배를 활용한 다양한 디저트가 인기를 끌며 젊은 여행자들의 입맛도 사로잡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메뉴는 ‘배 젤리’, ‘배청 에이드’, ‘배파이’ 등이 있으며 나주시청 인근의 ‘나주배빵카페’, ‘황포돛배카페’, ‘목사고을’ 등의 카페에서 직접 만든 지역 특산 디저트를 맛볼 수 있습니다.
배 에이드는 탄산수에 배청을 섞어 만드는 음료로, 달콤하면서도 상쾌한 맛이 일품이며 무더운 여름철 나주 여행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배파이는 바삭한 패스츄리 안에 배잼이나 배앙금을 넣은 형태로 전통과 서양식 디저트의 절묘한 조화를 이룹니다.
이러한 디저트들은 나주배를 단순히 과일로 소비하는 것을 넘어 지역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좋은 사례가 되고 있으며, 여행객 입장에서도 기념품으로 구매하거나, 한적한 카페에서 여유롭게 즐기기 좋은 먹거리입니다.
나주목문화관과 금성관 – 나주의 중심을 걷다
식사를 마쳤다면 도심 속 고요한 문화 공간을 거닐어볼 차례입니다. ‘나주목문화관’은 조선시대 나주목의 행정 중심지였던 관아터를 현대적으로 복원한 공간입니다. 문화관 내부에는 나주의 역사와 문화, 인물에 대한 전시가 마련되어 있으며, 한옥으로 조성된 건물은 사진 촬영 장소로도 인기가 많습니다.
이곳은 지역민들의 문화 활동 공간으로도 활용되며, 주말에는 전통 음악 공연이나 도자기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기도 합니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되어 누구나 편하게 방문할 수 있습니다.
목문화관에서 도보로 3분 거리에 위치한 ‘금성관’은 조선시대 관찰사와 목사가 공식 행사를 치르던 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2호로, 웅장한 팔작지붕과 넓은 마당이 특징인 전통 건축물입니다. 이곳은 나주 고을의 위엄을 상징하는 중심 공간이자, 현재도 지역의 중요한 문화 행사 장소로 쓰이고 있습니다.
건물 외부에는 나주 관련 문화유산과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설명판과 QR코드 안내가 설치되어 있어 관람객들은 직접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확인하며 깊이 있는 관람을 즐길 수 있습니다.
금성관에서 잠시 멈춰 서서 조선시대 나주 관아의 풍경을 상상해 보는 시간은 도시 여행 속에서도 깊은 울림을 선사합니다.
나주의 하루, 전통과 미각 속을 유유히 흐르다
나주는 빠르게 지나가기엔 아쉬운 도시입니다. 곰탕 한 그릇에 담긴 깊이, 배 디저트의 달콤함, 조선의 행정 중심이었던 공간의 여운까지. 이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어, 하루 여행 이상의 감동을 전해줍니다. 빠르지 않게, 시끄럽지 않게, 조용히 음미하며 걷는 나주의 하루. 여유로운 도시 여행의 모범 답안을 찾는다면 이 여정이 그 해답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