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군산은 바다를 끼고 성장한 항구 도시이자, 한국 근대사의 굴곡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역사 도시입니다. 이곳을 여행하는 것은 단순한 방문이 아닌 시간을 거슬러 걷는 경험에 가깝습니다. 군산에는 맛있는 음식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꽃게장 백반과 이성당 단팥빵은 지역의 대표적인 먹거리로 손꼽힙니다. 오늘은 군산의 대표 음식 두 가지와 근대문화유산이 고스란히 살아 숨 쉬는 군산 근대역사박물관, 초원사진관, 경암철길마을을 따라 군산에서의 하루를 천천히 그려보겠습니다.
꽃게장 백반 – 짭조름한 감동이 퍼지는 밥상
군산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꽃게장 백반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군산은 서해안과 인접해 있어 신선한 꽃게를 활용한 간장게장과 양념게장이 발달했으며, 짭조름하고 감칠맛 나는 맛으로 전국 미식가들의 발길을 끌어모읍니다. 꽃게장은 보통 기본 반찬들과 함께 정갈하게 제공되며, 하얀 쌀밥 위에 살이 꽉 찬 게살과 간장을 살짝 얹어 먹으면 단짠의 정수를 느낄 수 있습니다. 군산에는 게장 백반 맛집이 많지만, ▲‘복성루’, ▲‘한일옥’, ▲‘계곡가든’ 등은 현지인에게도 꾸준히 사랑받는 곳입니다. 간장게장의 풍미가 부담스럽지 않고, 살짝 단맛이 감도는 게 특징이며 게딱지에 밥을 비벼 먹는 ‘게딱지 비빔밥’은 군산 여행자라면 꼭 한번 도전해봐야 할 별미입니다. 게장 백반은 단순히 맛있는 한 끼를 넘어 서해의 향, 군산의 손맛, 어머니의 정성이 담긴 식사로 기억됩니다. 짭조름한 게살이 입 안에서 퍼질 때, 군산의 바다 내음이 함께 느껴지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이성당 단팥빵 – 100년 빵집의 달콤한 유산
군산에서 맛보는 달콤한 간식이라면 단연 이성당 단팥빵을 떠올리게 됩니다. 이성당은 1945년 해방 직후부터 현재까지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 중 하나로, 현재는 군산을 대표하는 명소이자 문화유산으로 여겨집니다. 이성당의 대표 메뉴는 단연 단팥빵과 야채빵. 매일 수천 개가 팔려나갈 정도로 인기이며, 고소한 반죽과 부드러운 팥소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단팥빵은 한입 베어무는 순간 달지 않으면서도 깊은 풍미가 입 안에 퍼집니다. 이성당 본점은 항상 긴 줄이 서 있지만, 기다리는 시간이 아깝지 않은 경험을 선사합니다. 빵을 구입한 후, 길 건너의 벤치에 앉아 천천히 음미하다 보면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한 감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성당은 단순한 빵집이 아닌 세대를 거쳐 이어진 미각의 기억이며, 군산이라는 도시가 가진 따뜻하고 섬세한 정서를 보여주는 공간입니다.
군산의 시간 여행 – 근대역사박물관, 초원사진관, 철길마을
배도 채웠다면, 이제 군산의 과거로 천천히 걸어볼 차례입니다. 그 여정의 시작은 군산 근대역사박물관입니다. 이곳은 일제강점기와 해방 전후 군산의 모습을 건물과 전시, 생활사 자료를 통해 구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된 공간입니다. 군산은 과거 일본과의 무역, 미곡창고, 세관 등으로 발전했던 도시로 그 당시의 경제 구조와 일상의 모습을 여러 동의 전시관에서 생생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박물관 인근에는 초원사진관이 있습니다. 이곳은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군산의 감성 명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오래된 카메라, 낡은 간판, 작은 포스터들이 영화 속 장면 그대로 유지되어 있어 사진 한 장 찍는 것만으로도 영화의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추천할 장소는 경암철길마을입니다. 과거 실제 열차가 다니던 단선 철길이 지금은 골목 사이를 지나는 산책길로 변모했으며, 일상의 풍경과 철도라는 이질적인 요소가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공간입니다. 벽화를 배경으로 한 사진 명소가 곳곳에 있고, 작은 카페와 마을 박물관도 마련되어 있어 군산의 오래된 시간과 현재가 만나는 교차점을 직접 느낄 수 있습니다.
짭조름한 게살과 달콤한 팥, 그리고 느릿한 골목
군산에서 보내는 하루는 짭조름한 게살처럼 깊고, 달콤한 팥처럼 따뜻하며, 느릿한 골목길처럼 여유롭습니다. 맛있는 음식과 함께 오래된 건물과 골목, 철길, 사진관을 돌아보다 보면 마치 시간의 파편을 천천히 수집하는 여행자가 된 듯한 기분이 듭니다. 군산은 화려하거나 자극적이진 않지만, 단단한 서사와 온기를 가진 도시입니다. 그 하루가 남긴 감정은 여행 이후에도 오래도록 마음속에 머물 것입니다. 군산은 오늘도 조용히, 그러나 정성껏 당신의 기억 한 켠을 채워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