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군산은 전통과 근대가 공존하는 도시입니다. 일제강점기 근대문화유산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다른 도시에서는 보기 어려운 독특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으며, 로컬 먹거리와 산책 코스까지 풍부하게 구성되어 있어 도심형 1일 여행지로 강력 추천되는 장소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군산의 대표 간식 이성당 단팥빵과 얼큰한 군산짬뽕, 그리고 경암동 철길마을과 군산 근대역사박물관을 잇는 감성 여행 코스를 소개합니다.
이성당 단팥빵 – 시간이 남긴 달콤한 유산
이성당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 중 하나로, 1910년대 초 일본인이 운영하던 제과점을 한국인이 인수하면서 시작됐습니다. 군산역 앞에서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자리를 지킨 명소입니다. 이성당의 가장 대표적인 메뉴는 단팥빵입니다. 한입 물면 폭신한 빵 안에 꽉 찬 팥소가 달콤하고 부드럽게 녹아들며, 팥 특유의 향과 밀가루 반죽이 만들어내는 조화가 군산 여행의 시작을 달콤하게 열어줍니다. 단팥 외에도 야채빵, 크림빵, 소보루 등 다양한 메뉴가 있지만 이성당에 와서 단팥빵을 먹지 않는 건, 군산을 온 게 아니라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줄 서서 구매하는 풍경은 이미 일상이 되었고, 아침 일찍 방문해야 원하는 빵을 살 수 있을 만큼 인기가 높습니다. 매장 인근에는 빵과 함께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어 간단한 아침 식사로도 적합합니다.
군산짬뽕 – 짬뽕의 고장, 바다향이 살아 있는 한 그릇
군산은 짬뽕으로도 유명합니다. 특히 해산물을 아낌없이 넣은 얼큰한 국물이 인상적인 군산짬뽕은 짬뽕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자자한 명물입니다. 군산짬뽕의 특징은 굴, 홍합, 오징어, 새우 등 신선한 해산물이 넉넉히 들어간 점입니다. 해산물 특유의 감칠맛과 불맛이 살아 있는 국물은 한 숟갈 떠먹는 순간 코끝에서부터 군침을 자극합니다. 면은 일반 중화면보다 조금 더 탱탱하게 뽑아낸 것이 특징이며, 국물과 함께 즐기면 한 그릇으로도 충분한 포만감을 줍니다. 군산의 짬뽕 맛집으로는 ▲‘복성루’, ▲‘쌍용반점’, ▲‘은파반점’ 등이 있으며, 특히 복성루는 60년 전통의 짬뽕 맛집으로 국내 최정상급 짬뽕으로 손꼽히는 곳입니다. 군산의 짬뽕은 바다 도시가 만든 로컬 중화요리의 진수이며, 여행 중 꼭 들러야 할 식도락 코스입니다.
경암동 철길마을과 군산 근대역사박물관 – 걸으며 과거를 느끼다
이성당과 군산짬뽕으로 맛을 채웠다면 이제는 걸으며 감성을 채울 시간입니다. 경암동 철길마을은 실제로 기차가 다니던 철로 위에 사람들이 살아가던 동네로, 지금은 관광명소로 재탄생한 공간입니다. 좁은 철길 옆으로 붙은 낮은 주택들과 골목 사이사이의 간판, 그리고 옛날 느낌의 간이카페와 기념품점들이 1970~80년대 한국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철로 위를 걸으며 사진을 찍고, 추억의 간식을 사먹고, 예전 기차 소리를 상상하는 이 시간은 군산 여행의 감성을 더해주는 포인트입니다. 이후 도보로 10~15분 거리에는 군산 근대역사박물관이 자리합니다. 이곳은 군산의 근대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박물관으로, 일제강점기 항구도시로서의 군산,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였던 시절을 다양한 전시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건물 외관도 근대 양식으로 아름답게 복원되어 있으며, 내부에는 ▲해양 전시실 ▲근대생활관 ▲항만도시 군산관 등이 있어 단순한 박물관 이상의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박물관 앞 바다를 따라 산책길도 조성되어 있어, 하루의 마무리를 여유롭게 정리하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입니다.
군산의 하루 – 달콤한 빵, 짭짤한 바다, 그리고 느린 시간
군산은 한때 조선 최고의 항만 도시였고, 지금은 과거의 풍경을 고스란히 품은 감성 도시입니다. 이성당 단팥빵으로 아침을 열고, 해물 짬뽕으로 든든하게 속을 채우며, 철길과 바다를 걸으며 과거와 현재가 맞닿은 도시의 결을 느낄 수 있는 곳이죠. 하루라는 시간이 부족하게 느껴질 정도로 다채로운 경험이 가능한 군산. 오늘 하루, 서울과는 다른 호흡으로 느리게 걷고, 깊게 바라보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도시를 찾는다면 군산은 분명 그 해답이 되어줄 것입니다.